Medium을 돌아다니다가 이런 글을 읽었다. 좋은 글이다. 만약 대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따라해야 할 것이다. 특히 스터디그룹은 나보다 무조건 잘난 사람이 모인 곳이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100% 공감한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대기업은 훌륭한 곳이다. 대부분의 경우 항상 나보다 나은 엔지니어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재화, 명성, 인맥 등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부모님(혹은 조부모님)들도 좋아하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들여 이런 글을 적는 이유는,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불꽃놀이를 방지하기위해 미리 방어벽을 조금 쳐둘까 한다. 나는 저 글을 쓴 사람과 비교하면 아주 보잘 것 없는 사람이다. 대학만은 나에게 과분할 정도로 훌륭하지만 아직 졸업을 못했다. 대기업에 고용되본 적도 없고, 스타트업에서 일해본 적도 없다. 따라서, 나는 저 글을 반박할 수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다만 조금 다른 관점에서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해볼까 한다. 사실 이 주제는 정말로 오래 전부터 글로 한번 써보고 싶은 주제였다. 졸업도 못했으면서 같은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하는게 좀 웃길 수도 있지만, 대학에 적을 둔지가 벌써 7년째 되가고 병특이나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하면서 얻은 경험 등을 바탕으로 할 예정이므로 너그럽게 봐주었으면 한다.

나는 컴공을 굉장히 사랑한다. 왜 사람들이 컴공을 선택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내 생각에 컴공인은 세상에서 신 다음으로 전지전능할 수 있는 존재이다.

물론 내가 뭐하고 있는 건지 전혀 모를 때도 많지만.
물론 내가 뭐하고 있는 건지 전혀 모를 때도 많지만.

보통 나는 내가 만들어보고 싶은, 혹은 필요한 프로그램을 스스로 자급자족해서 쓸 때 나 자신이 전지전능함을 느낀다(물론 착각이다). 보통 내가 스스로 쓰는 프로그램이므로 그 어떤 제약 조건도 없지만, 보통은 일부러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본다. 이를 위해서 요구되는 능력 수준이 무진장 높은 것도 아니다. 정상적 커리큘럼을 마친 학부생이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까? 나같은 경우에 파이썬이 학교 밖에서 배운 첫 언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공부할 때 굉장히 느긋하게 해서 2주정도 걸렸던 것 같다. 물론 파이썬의 마스터가 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용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1주 정도 더 공부를 하니 장고 프레임워크를 어느정도 갖고놀 수 있게 되었다. 이정도만 해도 웹어플리케이션을 작성하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이미 그 순간부터 꿀재미는 시작된 것이다. 조금씩 재미를 느끼며 이것 저것 건드리다 보면 점점 더 큰 그림이 보인다. 그때부터는 스스로 뭘 찾아서 공부할 지 결정할 수 있다. 만약 아니라면 주위에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선배들은 널렸을 것이다. 내가 직접 찾았든, 누군가 제시해주었든, 해보고 싶은 것을 공부하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다. 그리고 그런 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것들이 새로 나오는 속도는 내가 공부하는 속도보다 언제나 빠르다. 무궁무진한 재미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재미있는 분야를 공부함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컴공인들이 전공에서 재미를 찾지 못한다.

글쎄, 내 생각에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는 기본적으로 컴공이 안맞아서 그럴 수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나, 너, 우리처럼 코딩덕후라고 볼 수는 없다. 내가 정말 하기 싫어하는 학문이 있듯이, 코딩만 생각해도 치가 떨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사람이 왜 컴공에 있냐는 사실이다. 사실 이런 경우에는 애시당초 짐을 싸서 다른 전공으로 떠났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유를 안다. 나도 대학교 입시 때 점수에 맞춰서 다른 전공에 지원한 적이 있다. 물론 지금은 떨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대학 간판이 인생의 전부처럼 여겨졌다. 이처럼 입시 구조상 학생들의 해당 전공에 대한 선호 여부를 100% 반영할 수가 없다. 심지어 선호 자체가 없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정말로 “점수 맞춰서 왔는데 재미가 없더라”라는 경우에는 사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그런 사람들은 교육 정책을 탓하면서 자기 길을 스스로 알아보길 바란다.

이건 모두가 교육 정책 잘못입니다 교육정책을 탓하세요
이건 모두가 교육 정책 잘못입니다 교육정책을 탓하세요

하지만, 컴공을 선택할 때 일말의 호감이라도 있었던 사람이라면, 조금 다르게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 나는 코딩을 아예 할줄 몰랐다. 초등학교때 HTML갖고 홈페이지 몇개 만들어 본게 전부였다. 1학년 2학기 때 처음으로 C를 배웠다. 약간 어렵기는 했지만 꽤나 재미있었다. 2학년 때 자료구조를 배웠다. 어렵기는 했지만 꽤나 재미있었다. 3학년 때 OS를 배웠다. 굉장히 어렵기는 했지만 꽤나 재미있었다. 그리고 휴학을 하고, 병특을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3년간 학교에서 배운 걸로 만들 수 있는 ‘뭔가 쓸모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그렇다고 내가 태만하게 학교를 다닌 것은 절대 아니었다. 자랑은 아니지 않지만, 전공에서는 A를 놓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실용적인 것을 만드는 능력은 거의 전무했다. GUI 프로그래밍은 해본적조차 없었다. 실제 현장에서 뭐가 쓰이는지도 몰랐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3년 내내 비주얼스튜디오 6.0가지고 커맨드라인 프로그램만 열심히 짜면서 디버그만 돌렸으니. 제대로된 릴리즈 빌드조차 해본 적이 없는데 쓸만한 프로그램을 만들다니 말도 안되는 얘기다. 학교 커리큘럼에서는 훌륭한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필요한 학문적 기초를 알려주지만, 그 프로그램을 만드는 실용적 방법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말해서, 학교에서는 재밌게 코딩하는 방법을 안알려준다.

그리고 재밌게 코딩하는 방법을 모르는 많은 컴공인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든다. 많은 사람들이 뭐가 재밌는지, 뭐가 재미 없는지를 모른다. 심지어는 자기가 뭘 할 수 있는지, 뭘 못하는지, 혹시 할 줄 아는게 전혀 없는 건 아닌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에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길은, 가장 연봉이 높고 잘 알려진 기업을 노리는 것이다. 대기업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적어도 스스로가 왜 대기업에 가야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같은 경우 병특때의 경험으로 내가 좋아하는 방식의 코딩은 대기업에서는 하기 힘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만약 자기가 뭘 좋아하고, 뭘 재밌어하고, 뭘 잘하는지 모르는 상태라면 이런 단순한 판단조차 내릴 수 없다. 운이 좋게 취직한 곳이 좋은 곳일 수도 있겠지만, 인생을 운에 맡겨볼 정도로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는 않다.

나는 컴공의 학생들이 취업활동에 뛰어들기 전에 자기가 어떤 코딩을 좋아하는 지를 알았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은 머신러닝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데이터마이닝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웹개발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함수형 언어에 미쳐서 LISP 패밀리들을 모두 정복한 덕후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자바스크립트와 노드를 열심히 팔 수도 있다. 그걸 알기 위해서는, 직접 해봐야된다. 그 기회는 학교에서는 절대 주지 않는다. 스스로 해야된다. 그 방법은 병특이 될 수도 있고(지금은 없어졌다고 들었지만), 이런 저런 해커톤에 많이 참여해보는 것일 수도 있고, 친구들과 앱을 만들어서 팔아보는 것일 수도 있고,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해보는 것일 수도 있다. 컴공의 장점은 그런 것들을 시도하는데 놀랍게도 돈이 안든다. 책도 안사도 된다. 웬만한 것을 공부하는데 필요한 리소스는 인터넷에 다 있다. 단순히 지식을 많이 쌓으라는 것이 아니다.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으라는 것이다. 내가 대학교 다닐 때 했던 것 처럼 학점이나 잘 받고 좋아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학점이 성실함을 증명해줄 수는 있지만, 절대 나의 개발 능력을 증명해주지는 않는다.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ABC
ABC

이야기를 좀 더 확장하자면, 컴공 대학생들은 ABC를 배워야한다. ABC는 Always Be Coding의 줄임말이다. 항상 코딩하는 습관을 배워야한다. 많은 성공한 개발자들이 강조해 마지않는 습관이다. 이에 대한 훌륭한 글이 여기에 있다. 항상 코딩하고, 항상 배워야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 것에 맞춰서 길을 선택해야 한다. 난 대학교 시절에서 정말로 배워야할 것은 이 습관 뿐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 습관을 행하는 것이 참을 수 없이 괴롭다면, 미안하지만 컴공에는 적합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괴로운 것도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공부를 조금 해가다 보면, 이것 저것 잡다한 것을 코딩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무궁무진한 재미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옛날에 그랬던 것 처럼.

일단 코딩을 하면서 생각하자
일단 코딩을 하면서 생각하자

나는 많은 컴공인들이 진짜 재미를 찾지 못하고 전공에 실망하게 되는 것이 굉장히 아쉽다. 물론 요즘에는 근무 환경이 굉장히 개선되었고, 많은 컴공인들이 위에서 말한 기회를 갖기도 쉬워졌다. 아마 이런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그냥 나의 기우일 수도 있다. 다만 혹시라도 코딩하는 재미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는 컴공인이라면, 한번 쯤은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그리고 이 글이 그런 컴공인에게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었다면 나는 만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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