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으로부터의 도망

2015-02-06 11:36 +09:00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페이스북은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내가 페이스북을 하는 이유는 아는 사람들과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못하더라도 서로 근황을 알고 지낼 수 있는 그런 것이었는데, 지금은 아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보다 보고 있자면 화가 나는 것들만 자꾸 올라온다. 이미 폰에서는 페이스북을 지운지 오래이지만 컴퓨터를 할 때 마다 습관적으로 자꾸 들어가게되고, 계속해서 짜증만 난다.

그러다 오늘 문득 페이스북에서의 친구와의 소통이 일생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북에서밖에 근황을 확인 못할 정도의 사람들이 내 인생에서 큰 의미가 있는가? 진짜 의미가 있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서 숨을 쉬며 살아가는데 왜 꼭 페이스북에서 근황을 확인해야하는가? 페이스북 친구들과의 끈을 유지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여행을 갈 때 마다 사진을 올리면서 좋아요나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페이스북을 탈퇴할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으로밖에 이어져있지 않은 친구들을 한번에 몽땅 잃는다고 생각할 때 마다 그만두게된다. 내 타임라인에 글을 쓰는 것은 오래전부터 막아두었는데, 생일이나 새해에 메세지를 보내준 친구들이 있었다. 그런 친구들은 비록 자주 연락하지는 못하더라도 분명 소중한 친구들일 것이다. 그런 경우를 위해서라도 계정 자체와 연락 수단은 남겨두고싶다. 페이스북으로만 이어져있는 친구들이라도 언젠가는 연락을 할 일이 있을 터이다.

결국 친구와의 연결점을 잃지 않으면서 할수있는 한 최대의 발버둥을 쳐보기로 했다. 일단 한명을 제외하고 팔로우를 전부 끊었다. 이렇게 하면 친구는 유지되지만 아무런 정보도 타임라인에 표시가 되지 않는다. 정말 친한 친구를 언팔로우하는 것은 기분이 좋지 않았기때문에 몇명만 남겨둘까도 생각했지만, 오히려 페이스북에 들어올 이유 자체를 없애야했기 때문에 전부 언팔로우했다. 모든 좋아요도 해제했다. 모든 내 공개된 정보도 다 지웠다. 로그인했던 앱들도 전부 지웠다. 액티브한 상태의 그룹에서 전부 탈퇴했다. 이렇게 했더니 놀랍게도 타임라인에 Suggested Post밖에 남지 않았다. 내가 남겨뒀던 글이나 사진도 전부 지울까 했지만 그렇게 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포함된 기록까지도 없애는 셈이 될테니 남겨두기로 했다. 그리고 브라우저에서 추천 페이지에 뜨지 않도록 접속 기록도 전부 지웠다. 이렇게 해서 나는 오랜 숙원을 이루었다.

기분이 후련하냐 하면, 꽤나 그렇다. 오랫동안 공허한 헛발질을 하던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는데, 조금 뭔가 속박에서 벗어난 기분이다. 나는 주위에 그렇게 많은 사람과 거대한 그룹은 필요 없다. 이런 수단이 없었던 때가 더 행복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나는 정말로 사회성이 없고 정상인은 아니구나,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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