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2015-08-13 02:13 +09:00

지금 어떤 번역 문서를 보는데, 번역 진짜 못했다. 한국이 CJK중 오픈소스를 가장 못하는 이유중 하나는 번역된 양질의 문서가 많이 없다는 것이다. 오픈소스뿐만 아니라 최신 기술들도 사실상 영어능력을 갖춘 개발자 외에는 접근이 어렵다.


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는데, 생각이 계속 늘어나서 덧붙이다보니 글이 꽤 길어져서 지우고 블로그로 옮겼다. 트위터는 역시 생각을 정리하기에는 너무 짧은 것 같다.


여튼, 영어에 대한 문제로 다시 돌아오자면, 사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에 만연해있는, 과거부터 전해져오는 ‘잘하는 사람이면 원서로 봐야지/영어로 해야지’하는 문화다. 물론 시대가 시대인 만큼 영어 능력을 갖추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개발자는 개발능력 만큼이나 영어능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언어라는 것이 단시간에 습득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만큼 영어와 별개로 배우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 외국어를 원어민처럼 잘하지 않고서는 당연히 모국어가 더 편하고 이해도 잘된다. 나도 유학하던 때에 영어로된 소설도 여러권 읽었지만 여전히 한국어로 된 소설 읽는 것이 더 편하고 재미있다. 마찬가지로 영어로 된 개발문서들을 읽어서 전부 이해할 수 있더라도, (잘 번역된)한국어 문서를 읽는 게 역시 마음이 편하고 쉽게 읽힌다. 학부생들이 원서로 수업하는 경우 번역본을 별도로 구비하고 비교하면서 읽는 경우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같은 의미에서 대학교에서 한국인 교수들이 영어로 수업하는 것도 조금 비효율적이다. 그들이 영어를 못하거나 발음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다(학부생들은 교수들의 발음을 두고 비웃고는 하지만 발음으로 영어실력을 가늠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들이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더라도, 한국어가 모국어이고 한국어로 더 의미전달을 잘 할 수 있다면 한국어로 수업을 하는 것이 옳다. 실제로 내가 수강했던 수업의 어떤 교수님은 중요한 부분에서는 양해를 구하곤 한국어로 수업을 하곤 하셨다. 폼은 조금 떨어지지만 그게 옳은 것이다. 내가 그 곳에서 배우고자 하는 것은 영어가 아니라 그 수업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내용이 외국어 공부를 하지 않고자 하는 변명은 아니다. 영어가 중요한 것은 두번 강조해도 부족하며, 모두 영어를 잘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그 나라의 국어로 번역된 양질의 자료의 양은 결국 그 나라의 그 분야의 수준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떤 분야를 이끄는 것은 그 분야 내에서 영어를 잘하는 일부가 아니라, 결국 구성원 전체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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