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음이 불안정하다. 사실 걱정거리는 점점 없어지는데, 그와 무관하게 가끔 진정이 잘 안되는 상태에 빠진다. 일본에서의 삶이 상당히 기대가 되지만 역시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 약간 두려운 것 같다. 요즘에는 할 일이 딱히 없어서 게임을 하거나 코딩을 하거나 하는데, 의무가 없는 상태가 너무 지속되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것 같다.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지만, 정말로 그다지 기분이 쾌적하지만은 않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람은 100% 자유로울 때가 아니라 어느정도 의무가 부여될 때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이제 출국까지 10일이 채 남지 않았다. 마음이 불안정한 것은 지금이 인생의 과도기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완전한 사회인으로의 첫 걸음이 쾌적하길 바라고, 빠른 시일내에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며 행복해지고 싶다.


삶에 대한 얘기와 별개로 개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한다. 최근에는 Vue를 공부하는데 주력하였다. Vue를 공부하게된 계기는 취직한 회사에서 공부하기를 권하기도 했고, 전부터 관심이 가서 한번은 써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Vue의 좋은 점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하도록 하고, 이번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Vue 자체보다는 그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다.

잘하는 개발자라면 Vue를 조금만 훑어봐도 잘 만든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Vue는 프로젝트가 건강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은 것은, Vue의 만든이인 Evan You가 풀타임으로 기여를 하고있다는 것이다. 오픈소스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이 유지되려면 시간이 투입되어야 하고, 시간은 결국 돈이다. 물론 대부분의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이 남는 시간을 활용해서 시작된다. 하지만 중규모 이상의 프로젝트들이 제대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사실상 그것만을 위해 투입된 인원이 있어야 한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이것을 항상 잘하지는 않는다. 내 경험상으로 (적어도 프론트엔드에 있어서) 페이스북은 잘한다. 트위터는 비교적 잘 못하는 것 같다. 이는 결국 회사들이 얼마나 오픈소스에 가치를 두고, 투자를 하느냐에 차이이다. 한국 회사들은 대부분 이걸 잘 못한다.

오픈소스를 잘하려면, 만들어서 오픈하는 것 이상을 투자해야한다. 처음 제작자 몇명만 계속 기여하는 프로젝트는 발전속도가 느리다. 남들의 기여를 받기 위해서는 사용성 자체도 좋아서 관심을 끌어야 하지만, 지속적으로 다른 기여자들을 도와주어야 한다. 잘 구성된 기여 정책, 문서화, 개발 프로세스의 자동화 등 많은 부분에서의 노력이 필요하고, 또 그것들이 계속 유지보수 되어야 한다. 건강한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사실상 지속적인 풀타임 인력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다시 Vue 이야기로 돌아와서, Vue는 회사가 이끄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프로젝트였다. 이런 경우는 금전적 지원을 받기가 어려워서 풀타임 기여가 쉽지 않다. 하지만 Evan은 풀타임 기여자가 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에 대한 지원은 대부분 커뮤니티로부터 온다! Evan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스스로 지원자들을 모았고, 그 지원은 현재 1달에 6천 달러에 육박한다. 그는 목표액에 도달하자 Vue에 풀타임으로 기여할 것을 공표했다. 이는 내 생각에 개발자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멋진 일이다.

나는 개발 공부가 궁극적으로 Evan과 같은 방향이어야 한다고 본다. 스스로도 그렇게 되고 싶어 공부를 계속 하긴 하지만 여전히 갈길이 멀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진입하기에는 여러 장벽들이 있다. 언어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되는 것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의외로 잘하는 오픈소스 개발자들 중 영어가 마더텅이 아닌 개발자들도 많다. Evan도 그렇고, Flux의 오픈소스 구현체인 Redux 개발을 주도하다가 페이스북에 입사한 Dan Abramov의 경우도 그렇다. 결국 공부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개발 얘기를 조금만 하려다가 글이 길어졌는데, 요약하자면 나는 주위의 개발자들 사이에서 이런 비전이 공유되는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것이다. 나의 새로운 직장이 이런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read other posts